우리나라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력이나 의사 결정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형벌을 덜어주고 있어. 이게 바로 심신미약 감형제도인데, 이 내용이 형법에 명시되어 있지. 다음 내용을 한번 볼까?
형법 제10조(심신장애)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위 내용을 보면, 1항과 2항의 내용이 조금 달라. 1항에 해당하는 건 ‘심신상실’, 심신장애로 인해 의사결정 능력이나 사물 변별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를 말해. 반면 2항에 해당하는 건 ‘심신미약’으로, 심신상실보다는 정도가 가볍지만 심신장애로 인해 분별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해. 심신장애에는 선천적·후천적인 정신질환, 약물이나 음주로 인한 사고 마비 등이 포함돼.
심신상실로 인정될 경우에는 죄가 없다고 판단돼서, 무죄가 선고되어 형벌을 부과할 수 없어. 다만 치료감호 등의 보안처분은 가능해. 반면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판사 재량에 따라 감형할 수도, 감형하지 않을 수도 있어. 또 심신미약으로 인정되더라도, 감형 조항을 악용하기 위해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엔 감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붙어 있어(3항 참조).
근대형법은 ‘책임주의’ 원칙을 근간으로 삼고 있어. 바로 ‘책임이 있는 자에게만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원칙이야. 이때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자만이 책임능력이 있다고 보는데, 합법과 불법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등 어느 정도의 판단력을 갖추어야만 행동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는 거야. 그러니까 이런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판단력이 미약해진 심신장애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거나 덜어주는 법 조항이 마련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