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오후 5시경,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도로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가을철 가뭄으로 산림이 바싹 메마른 데다 강한 바람까지 불어 순식간에 강원도 삼척까지 불길이 번졌다. 불길은 인근 주택과 농축산시설 등을 집어삼켰다. 주택 319채, 농축산시설 139개소, 공장·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31개소 등이 소실됐다. 인근의 문화재 또한 소실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문화재청은 신라시대(651년) 창건된 불영사에 있던 보물 ‘영산회상도’와 ‘불연(佛輦)’, 경북유형문화재 ‘신중탱화’를 긴급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이송했다.
산불이 인근 주택이나 주유소 등의 가스통, 휘발성 가연물질에 옮겨붙을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도 몇 번이나 발생했다. 특히 울진에는 한울원전이, 삼척 원덕읍 호산리에는 국내 최대 LNG 생산기지가 있다. 한때 불길이 여기까지 근접해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산림 피해 규모 또한 엄청났다. 수령 200년이 넘는 소나무 8만여 그루가 있는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가 불길의 위협을 받았다. 다행히 금강송 군락지는 지켜냈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이 집계한 산림 피해 규모는 2만 923헥타르에 달한다.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 여의도 면적의 83배에 달하는 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