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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경남·제주·충북·경기…

60억여 마리 꿀벌, 실종되다

겨울이 지나 날이 따뜻해지면 양봉농가는 분주해집니다. 본격적으로 꿀 수확을 준비하기 위해 벌들을 돌봐야 해서인데요, 올해는 텅 빈 벌통을 망연자실 바라만 보는 농가가 속출했습니다. 벌통에서 벌들이 한꺼번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꿀벌 실종이 생태계 붕괴의 신호탄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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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왜 사라졌나

전국에서 꿀벌이 실종됐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2월 21~23일 농촌진흥청이 한국양봉협회 등과 민관합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의 벌통 227만 6,593군 중 17.2%인 39만 517군에서 꿀벌이 사라졌다. 겨울철 벌통 하나에 보통 1만 5,000여 마리의 꿀벌이 산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58억 5775만여 마리가 사라진 셈이다.

피해는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전국 9개 도 대부분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양봉산업이 발달한 전남·경남·제주 등 남부지역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전남 지역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3월 27일 한국양봉협회가 발표한 ‘2022년 월동봉군(벌무리) 소멸피해 전국 피해현황’에 따르면, 전남의 벌통 24만 5084군 중 10만 5894군에서 꿀벌이 사라져 그 비율이 무려 43%에 달한다. 

문제는 꿀벌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누구도 정확한 진단을 못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원인은 복합적인데, 그중에서도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봄철 이상저온과 잦은 비 등으로 밀원식물[1]이 제때 개화하지 못하자 꿀 생산량이 급감했다. 2020년 대표적인 밀원식물인 아까시(흔히 아카시아로 잘못 알려져 있다) 나무의 꿀 생산량은 2,322t에 그쳤다. 최대 흉작을 기록했던 2014년의 2,592t보다도 10.4% 감소했다. 꿀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 농가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설탕을 대신 먹여 꿀벌을 보살폈지만, 영양이 부족해 꿀벌의 면역력이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