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은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 국산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쌀이 늘 남아도니 90%를 넘을 것 같지만, 아니다.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2017년 48.9%)
더 큰 문제는 곡물자급률이다. 우리의 음식문화를 떠올려보자. 밥이 주식이긴 하지만, 밀 소비가 어마어마하다. 즐겨먹는 라면, 칼국수, 과자, 떡볶이 등은 수입 밀로 만든 것들이다(밀 자급률 0.7%). 소와 돼지를 키울 때도 곡물사료를 쓴다. 하지만 곡물자급률은 고작 20%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OECD 평균 곡물자급률은 110%에 달한다. 호주 275%, 캐나다 174%, 프랑스 168%, 미국 133%다. 곡물자급률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이유가 뭘까?
토양의 농업 적합성이나 기술력의 좋고 나쁨보다는 1980년대부터 농산물이 신자유주의 무역체제 아래 하나의 상품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깊다. 현재 전 세계 곡물시장은 선진국에게 유리하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이 시스템을 등에 업은 곡물 메이저 회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 식량 인플레이션이 닥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이 낮다는 뜻은 자국에서 생산한 먹거리로 충당할 수 없는 부분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고, 더 깊게 파고 들면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닥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식량주권을 잃었다는 의미다. 몇몇 선진국 이외에 대다수 국가가 식량주권을 잃고 식량위기라는 폭풍우 앞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역사적으로 짚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