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월 16일, 광주광역시를 찾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아주 특별한 공약 하나를 내걸었다. 부산, 대전, 대구 등 다른 광역시에는 다 있는 복합쇼핑몰이 왜 광주에만 없냐며 유치를 약속한 것이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호응이 엄청났다. 명색이 호남 최대의 도시인데 복합쇼핑몰 하나 없는 광주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복합쇼핑몰 유치는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로부터 나온 주장이라며 ‘몰아가기’를 시도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외려 역풍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고작 복합쇼핑몰 하나에 저렇게 술렁인다고? 수도권 사람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 사람에게 이는 단순히 복합쇼핑몰이 들어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계속된 저발전과 차별에 대한 불만이, 복합쇼핑몰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조귀동의 《전라디언의 굴레》는 호남이 왜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온갖 혐오와 조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파헤친다. ‘전라디언’이라는 제목, 책을 펼치자마자 시선을 잡아끄는 “코를 찌르는 닭똥 냄새”처럼 강렬하고 자극적인 표현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독서를 망설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책이다. 촘촘한 취재를 통해 호남 차별의 구조적 원인을 정교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호남이 차별받게 된 시기와 이유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다. 멀게는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의 훈요 10조, 가깝게는 박정희와 김대중이 맞붙은 1971년의 제7대 대선을 떠올리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평가는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등장한 영남 출신 대통령들이 호남에 공장이나 철도, 고속도로를 비롯한 산업시설을 많이 짓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