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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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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디자이너

유르헨 베이,

선입견에서 벗어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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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세계에서 항상 중심이 되었던 곳은 이탈리아나 독일, 프랑스, 영국과 같은 나라였다. 독일은 기능주의 디자인으로, 이탈리아는 자유분방한 디자인으로, 프랑스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영국은 산업 디자인의 시작점이란 자긍심으로 각각 세계 디자인계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20세기엔 이런 국가들의 공헌으로 디자인 물결이 고고히 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전통적인 디자인 강국들이 잠시 주춤한 사이 주변 국가들의 디자이너들이 비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네덜란드 출신 디자이너들이 산업 디자인뿐 아니라 건축, 그래픽 디자인,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들은 세계 디자인의 수도라 할 수 있는 파리나 밀라노, 뉴욕 등지에 진출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각 디자인 분야의 탑 클래스에서 네덜란드 디자이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르헨 베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철학적으로, 현대사회의 근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산업 디자이너다. 상업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디자이너는 세상에 많으나 디자인을 하며 삶의 본질을 고민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디자인의 질을 진정으로 높이는 사람들은 이런 류의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유르헨 베이라는 걸출한 디자이너를 배출한 네덜란드의 문화적 역량이 대단함을 알게 된다. 

쓸모없는 것에 관한 새로운 관점

유르헨 베이가 디자인한 진공청소기 의자를 보면 그가 얼마나 사색적이고 사물의 본질을 잘 꿰뚫어 보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진공청소기엔 빨아들인 먼지를 보관하는 봉지가 달려있었다. 그래서 진공청소기를 사용할 때면 반드시 먼지 봉지를 분리수거 봉투처럼 따로 구입해서 갈아줘야 했다. 이런 방식에 문제를 느끼고 먼지 봉지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되는 형태로 나와 시장을 휩쓴 제품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다이슨 청소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