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란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말로, 10억분의 1m를 말해요. 사람 머리카락(10마이크로미터, µm) 대비 1만 분의 1 굵기에 해당할 만큼 미세한 크기입니다. 이런 크기의 원자나 분자를 자유자재로 조작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기술이 '나노기술'입니다. 예컨대 크기가 나노미터처럼 극단의 수준으로 작아지면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간섭이 줄어드는 등 본래 가지고 있었던 물질의 특성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특성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소재나 소자(전기・전자기구나 회로에서 중요한 기능을 갖는 개개의 구성 요소, 진공관, 트랜지스터, 코일, 콘덴서 등을 말한다), 기계 등을 만드는 첨단기술이에요.
‘나노’의 기본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195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이에요. 그는 미국의 물리학회 강연에서 바이러스 크기의 기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어요. 이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0.16mm 정도 되는 핀의 머리 부분만으로 브리태니커 사전을 모두 담을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나노'기술'이란 용어는 미국의 에릭 드레슬러 박사가 1986년 《창조의 엔진》에서 처음으로 사용했어요. 그는 이 책에서 나노기술로 세상의 기초 물질인 원자[1]와 분자[2]의 배열을 조작한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이것이 인류의 모든 생활을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예를 들어 분자를 레고블록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비행기 모양으로 조립된 레고블록을 하나하나 분리하면 비행기뿐만 아니라 배도, 궁전도 만들 수 있겠죠. 아직 나노기술은 레고블록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분해하고 구축할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노기술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1986년에 발간된 이 책은 극초정밀 제조기술의 기반이 될 나노기술의 위대한 탄생을 알렸어요. 신기술이 가져올 결과를 독창적으로 다루면서, 나노기술이 가져올 의학적, 환경적, 경제적 변화를 전망하는 한편 그 잠재적 위험과 정치적 반응까지 파헤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