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곡물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쟁의 여파로 곡물 재배와 유통이 모두 어려워지자 과자부터 식용유까지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식량위기가 코앞에 왔음을 체감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난을 겪게 되면, 수입 곡물값이 폭등하게 되면, 별다른 대책도 없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쌀과 함께 3대 곡물로 꼽히는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이 낮아 세계 곡물시장이 요동치면 언제든 국민 식생활이 위협받을 수 있다.
밀은 과자·면·빵 등 우리가 즐겨 먹는 식품의 주재료로, 연간 소비량이 320만t에 달해 쌀 소비량(360만t)과 거의 비슷하다. 문제는, 쌀 자급률이 92.8%인 반면, 밀 자급률은 고작 0.7%에 불과하기 때문에, 밀 공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장 2022년 3월 밀 수입 가격이 2년 전보다 무려 46%나 올랐지만, 국내 밀 생산은 전무한 수준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에 수입해야 했다.
옥수수의 경우를 보자. 옥수수는 액상과당·전분·가축 사료 등 쓰임새가 폭넓다. 하지만 옥수수 자급률은 3.5%.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중 70% 이상이 가축 사료로 쓰인다. 옥수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축산업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러·우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값이 오르자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 농어민신문 인터뷰에서 한 사료업체 관계자는 “2020년 10월에 구매한 옥수수 가격이 t당 180달러였다. 그런데 올 7월에 도착할 옥수수 가격은 680달러다”라고 성토했다. 옥수수 값이 올랐으니 육류 가격도 덩달아 오르게 되는데, 2020년 기준 한국인의 육류 소비는 1인당 연간 54.3kg으로 쌀 소비량의 94% 수준에 달해 가격 상승에 따른 파동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밀과 옥수수처럼 우리의 기초 식량 역할을 하는 작물을 수입에 의존하면, 식량위기 상황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곡물자급률을 끌어올려 식량주권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