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다양한 사회현상의 산물이다. 스마트 기기의 발달, 스낵 컬처의 유행, 콘텐츠의 높은 확장성 등 수많은 요인이 결합해 웹툰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런데 웹툰의 성장을 논할 때 간과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아마추어리즘,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웹툰은 아마추어리즘 정신을 바탕으로 기성 만화계의 작가 데뷔 시스템을 깨부쉈다.
예술과 대중문화 분야 모두에서, 창작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등용문은 좁고 한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방송계에서는 PD 시험을 치르고 방송국에 입사해야 비로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식이다. 지금에야 유튜브가 활성화되며 누구나 쉽게 영상 창작자가 될 수 있지만, 웹툰이 막 등장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한국 문단의 경우 아직도 정통적인 문예지를 통해서만 등단할 수 있어 여전히 폐쇄성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웹툰은 선구적으로 아마추어리즘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한 대중문화 장르다. 웹툰은 태생부터 아마추어리즘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웹툰으로 꼽히는 <스노우캣>(1998)은 작가가 자신의 일상을 그려 개인 블로그에 연재한 일상툰이었다. <스노우캣>은 기존 출판문화와 달리 탄탄한 그림체나 스토리를 갖추진 않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내세워 많은 누리꾼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2000년대 초 <마린블루스> <파페포포 다이어리> 등 작가의 개인 사이트에서 일상툰이 다수 연재되었고, 이는 인터넷상의 인기를 넘어 만화 단행본 시장에서도 성과를 냈다. 방송에서도 자주 보이는 인기 웹툰작가 김풍, 주호민, 이말년의 초기 활동 무대도 정식 만화 연재처가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