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집 앞에 쓰레기 처리장이 생길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쓰레기 처리장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바로 곳곳에 내걸릴 것이다. 반대로 백화점이 들어온다고 한다면 어떨까? 쓰레기 처리장처럼 반대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보자. 우리 실제 삶에서는 백화점보다 쓰레기 처리장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시설이다. 그럼에도 쓰레기 처리장이나 화장장, 장애인 시설 등이 특정 지역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해당 지역주민들의 집단적인 반대운동이 일어난다. 바로 님비 현상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전철역이나 기차역, 백화점 등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하는데 이를 핌피 현상이라고 부른다. 님비 현상과 핌피 현상은 지역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핌피 현상(PIMFY)은 ‘Please In My Front Yard’의 준말로, 경제적으로 이익이 기대되는 지역 개발이나 시설 입지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지역 이기주의의 대표적 행위다. 예를 들어, 백화점이나 지하철역 등은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시설에 속한다. 이러한 시설이 들어설 경우 주변 지역의 땅값이 대폭 상승해 지역 구성원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핌피 현상은 그 예가 아주 많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를 보자. 경부고속선은 광명시 금천구청역과 부산역을 잇는 고속철도인데, 이 구간에 역을 새로 설치하고 분기역을 만드는 과정에서 핌피 현상이 일어났다. 오송역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그 예다. 자신들의 지역에 KTX 역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은 한편으로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오송역의 경우 충청북도와 지역 단체의 요구로 노선이 동쪽으로 휘면서 고속열차의 속도가 줄어드는 등, 지역 이기주의가 국가의 교통망을 변형시킨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