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제목이 ‘앉아있는 악마’이니 당연히 작품 속에 악마가 등장하겠지?
‘악마’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지 생각해보자. 커다란 뿔이 두 개 달린 괴물을 상상했을 수도 있고, 인간을 괴롭히며 교활하게 웃는 표정을 떠올렸을 법도 하지. 이런 악마가 표현된 그림은 어두침침하거나 새빨간 색으로 칠해질 테고 말이야.
그런데 이 작품은 앞서 말한 무시무시한 모습과는 영 거리가 머네. 그림 가운데 앉아있는 악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처럼 보여. 작품의 색채도 마냥 으스스하기보단 어딘가 애상적인 느낌이고. 이렇게 그려진 이유가 뭘지, 감춰진 이야기를 들어볼래?
19세기 후반, 화가 브루벨은 러시아 낭만주의 시인 미하일 레르몬토프의 서사시 <악마>를 묶은 책에 삽화를 그리는 일을 맡았어. 브루벨은 시를 읽으며 주인공 악마에게 깊은 영감을 받았지.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