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짜파구리’라는 음식을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을까?
짜파구리는 농심의 인스턴트 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만든 라면이다. 옛날부터 군인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인기를 끈 조리법이었는데, 2013년 <아빠! 어디가?>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조리하는 장면이 나오며 히트를 쳤다. 농심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앵그리 짜파구리’라는 봉지라면과 사발면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다른 종류 라면 두 개를 사서 번거롭게 조합할 필요 없이, ‘앵그리 짜파구리’라는 제품 하나만 구매하면 짜파구리를 맛볼 수 있게 한 것.
‘너구리’에서 파생된 제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심은 최근 ‘너구리’의 카레라면 버전인 ‘카구리’를 사발면 상품으로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카구리는 원래 즉석식품을 즐겨 먹는 PC방 이용객들이 너구리 라면에 고형 카레를 넣어 만든 데서 탄생한 레시피다. 농심은 카구리가 PC방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 착안, 카구리 캐릭터가 그려진 마우스패드를 함께 주는 ‘카구리 PC방 세트’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짜파구리나 카구리 외에도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 난 이색 제품 조리법을 기업이 참고해 실제 상품으로 출시한 사례가 많다. 2020년에는 여러 카페 프랜차이즈가 SNS 등지에서 유행한 ‘달고나 커피’를 신메뉴로 내놓았고, 2021년 오뚜기는 소비자들이 자사 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어 먹는 모습을 보고 ‘케요네즈’를 신상품으로 출시했다. 이렇게 기존 제품을 요리조리 조합해 재창조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지닌 소비자들을 일컬어 ‘모디슈머’라고 부른다. 모디슈머(Modisumer)는 Modify(수정하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이다.
모디슈머의 레시피를 활용한 마케팅은 1세대와 2세대로 구분된다.
SNS에 퍼진 일반 소비자의 아이디어가 제품에 반영되는 것이 1세대 모디슈머 마케팅이라면, 방송 등 대형 미디어에 소개된 이색 레시피가 실제 상품으로 구현된 것이 2세대 모디슈머 마케팅이다. 최근에는 대중에게 파급력이 큰 2세대 모디슈머 마케팅이 활발히 전개되는 추세다. 예컨대 더반찬&은 인기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김치 짜글이 칼국수’를 가정간편식으로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모디슈머 마케팅은 제조업체에서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소비자가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이미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인 제품 활용법이니 기업으로선 아예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실패 확률이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디슈머 마케팅 유행이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