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손에 이 책을 들었을 때 마음이 따스해져 왔던 건 소책자처럼 아담한 사이즈, 밝은 에메랄드색 표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책 표지의 보들보들한 재질이 마치 고양이 털처럼 손에 착 감겨옴과 더불어 《평화는 처음이라》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이 책을 평화운동으로의 초대장이라 말한다. 평화라…. 갈등이 없는 상태, 모든 것이 편안하고 차분한 상태를 평화라 하지 않나? 반전운동이 곧 평화운동 아닌가? 이 정도면 평화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저자는 ‘평화는 처음(일 것)이라’ 말하는 걸까?
책을 펼치니 저자가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평화의 개념에 대해 차근히 짚어가는데, 그 결론이 무척이나 놀랍다. 평화란 아름다운 말이고, 반대하는 이도 없어 보이니 보편적인 가치일 것 같지만, 사실은 몹시 당파적, 논쟁적 개념이란 것. 이 책에서는 정희진의 《정희진처럼 읽기》의 본문 일부를 소개한다.
(중략) 평화는 가장 당파적인 개념인데 보편적인 가치처럼 인식된다. 일단, ‘평(平)’ 자체가 일반화의 폭력을 뜻하는 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