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에 개봉했던 영화 <경계선>을 뒤늦게 봤다. 2018년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개봉 당시 걸작이라는 평이 많았고, 나도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 한 번 극장에서 놓치면 뒤늦게 찾아보기가 의외로 힘들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 OTT를 구독하고 있으니까 영화도, 시리즈도 OTT에서만 주로 보게 된다. 개봉할 때 놓쳤으니까 늘 기억에 담아둘 것 같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쉽게 기억에서도 잊혀진다. 당장 보고 있는 OTT에서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갑자기 <경계선>을 보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왓챠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어 뭔가 볼 게 없을까 하고 왓챠를 들어갔고, 새로 올라온 영화에 <경계선>이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재생을 눌렀다. 왓챠에 <경계선>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들었어도 바로 보지 않으면 또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필요할 때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을 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콘텐츠가 넘치는 세상에서도 볼 게 없다고 한탄하는 이유다. 당장 눈앞에 볼 것을 들이밀지 않으면 지나쳐버리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던 작품도 잘 잊어버린다.
<경계선>은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스웨덴의 소설가 욘 A. 린드크비스트의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 린드크비스트는 2008년에 만들어진 스웨덴 영화 <렛 미인>의 원작을 쓴 작가다.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서정적이며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렛 미인>은 한국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아 2010년 할리우드에서 클로이 모레츠 주연으로 리메이크되었다.
<경계선>도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서정적인 이야기다. 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는 후각으로 인간의 감정을 읽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 지나가는 사람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그가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이다. 또한 티나의 외관은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