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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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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

개척정신으로 무장한 미국인의 자화상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초상화가 미국에세 제일 유명한 그림 중 하나라고?
과연 무슨 비화가 숨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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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두 사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이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네. 이래서야 대중의 호감을 사겠어? 그런데 이 그림, 미국에서 실로 대단한 위상을 지녔어. 영화 <스타워즈>와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펀지밥>, 유명 TV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등 각종 문화예술 분야에서 패러디되는 건 물론 ‘미국의 모나리자’라는 호칭까지 얻었거든. 도대체 작품의 어떤 점이 훌륭하길래 미국에서 사랑받는 걸까?

보수적인 미국 중부의 특징을 드러낸

그림을 자세히 살피기 전, 먼저 작품의 배경인 미국 중부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자. 미국 중부는 개신교의 영향력이 크고, 전통·보수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곳이야. 화가의 고향 역시 중부 지역에 속하는 미국의 아이오와주이고. 

어느 날 화가는 아이오와주에서 드라이브를 하다 눈에 띄는 집을 발견해. 새하얀 칠을 한 이 목조 가옥은 지붕의 경사가 가파른 데다 뾰족한 아치형 창문이 달린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지. 원래 고딕 양식은 유럽에서 성당을 지을 때 많이 쓰였어. 날카롭고 직선적인 건축 양식이라 엄숙한 종교 시설에 잘 어울렸거든. 하지만 미국 중부에서는 신앙심을 표현하고 멋도 낼 겸 자택을 지을 때 고딕 양식을 즐겨 사용했어. 

화가는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가옥을 보며 전형적인 미국 중부 서민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작품에 등장할 인물로 화가의 여동생인 낸 우드 그레이엄과 자신의 치과의사 바이런 맥키비를 섭외했지. 미국 중부의 보수성을 드러내기 위해, 동생에게는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일 무렵 유행한 고전적인 앞치마를 입히고 고리타분해 보이는 브로치를 매달게 했어. 맥키비 씨에게는 조금 촌스러운 멜빵 바지를 입히고, 시골 느낌이 잘 나타나도록 쇠갈퀴를 든 모습으로 묘사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