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대부분 소설을 각색한 것이지만, 영화 <노매드랜드>는 드물게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는 수많은 사람을 거리로 내몰았고 이들 중 상당수는 차에서 생활하며 이곳저곳을 떠도는 방랑자, 노매드(Nomad)가 되었다.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는 3년간 노매드의 생활을 취재했고, 그 내용을 책 《노마드랜드》에 담았다. 그리고 영화 <노매드랜드>에 등장하는 노매드들은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연기한 주인공 ‘펀’을 제외하면 제시카 브루더가 취재했던 실제 인물들로, 자기 자신을 연기했다고 한다.
가상의 노매드 펀. 펀이 살던 마을 엠파이어는 지역 경제를 책임지던 공장이 폐쇄되자 한순간에 유령마을이 되었고, 그즈음 펀은 남편과 사별한다. 온전히 타의로 노매드 생활을 시작한 펀에게 영화는 세 번에 걸쳐 노매드 생활을 그만둘 것인지 묻는다. 그때마다 펀은 같은 답을 내놓지만, 펀이 그러한 대답을 내놓은 이유는 매번 달라진다. 펀이 생각하는 집의 의미가 매번 달라진 탓이다.
펀에게 처음 질문을 던진 사람은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인이다. 펀의 신세를 아는 그는 지낼 곳이 필요하면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한다. 펀은 신세 지기 미안해서, 그리고 남편과의 추억이 깃든 도시에 머물고 싶어서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때 펀에게 집은 ‘남편과 함께하던 공간’이고, 차는 그곳에 머물 수단에 불과하다. 하지만 펀은 얼마 후 추위와 부족한 일자리 때문에 자동차 연료비가 들지 않는 따뜻한 지역으로 쫓기듯 떠난다.
유랑 생활을 시작한 펀은 자신의 자동차 ‘선구자’와 함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한다. 선구자는 점점 펀의 애정이 담긴 공간으로 변모하지만, 오래지 않아 고장이 난다. 정비소 직원은 선구자를 고치느니 새로운 차를 사는 게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펀에게 선구자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반자이자 마음 편히 자신의 몸을 누일 수 있는 안식처가 되었기 때문에 수리를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