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4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1](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로 결론짓고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무려 35년 만의 일이다.
1975년 박정희 정부는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을 형사 절차 없이 강제로 시설에 가둘 수 있도록 하는 훈령[2]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사회복지법인인 형제복지원에 부랑인 단속 권한을 넘기고, 수용을 위탁한다. 형제복지원은 더 많은 국고 보조금을 받기 위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시설에 수용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역이나 거리에서 노숙자나 주민등록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을 비롯하여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납치됐다. 그런 다음 강제노역은 물론 폭행·강간을 일삼고, 저항하는 이들은 굶기고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후 암매장까지 했다. 2020년 부산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부터 1986년까지 3만 8,000여 명이 감금되고 최소 523명이 숨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 사건에 대한 어떠한 진상 규명도 없었고, 관련자 처벌도 부족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은 특수감금죄·폭력 행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지만, 수용자 인권 침해와는 관련 없는 횡령과 초지법(초지 조성·관리·이용 및 보전에 관한 법) 위반 혐의만 인정,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실화해위원회가 나섰다. 위원회는 형제복지원의 설치와 운영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정부가 파악했음에도 이를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사건이 알려진 지 35년 만에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국가 폭력에 따른 인권 침해 사건’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사망자가 그동안의 추정치보다 많은 657명임을 밝혀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의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국회에는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3] 비준에 동의할 것을, 부산시에는 피해자 조사 및 지원을 위한 부서에 예산과 규정, 조직을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 최악의 인권 탄압으로,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릴 정도입니다. 군사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사회 정화’와 ‘국토 건설’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조직 폭력배·병역 기피자 등으로 국토 건설단·개척단을 만들어 강제 노역을 시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그 연장선에 있어요. 1975년 박정희 정권은 ‘내무부 훈령 410호’를 발령해 부랑자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치안을 위협한다며 이들을 끌고 가 형제복지원에 격리하도록 했어요.
이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권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 초반 ‘환경 미화’ 명목으로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잡아들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숙인, 오갈 데 없는 아동과 노인, 장애인 등 주로 도시 하층민들을 ‘부랑아’로 낙인찍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형제복지원에 강제 구금하고, 강제 노역에 동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형제복지원은 정부 보조금을 더 타내려고 불분명한 단속 규정을 이용, 거주지가 명확한 사람들까지 납치·구금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시설 운영비로 매년 10억~20억 원을 지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