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인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기념물 제280호)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해시는 전문가 자문을 무시하고 ‘정비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담당자들은 묘역에 있던 박석을 모두 걷어냈을 뿐만 아니라 박석 하나하나를 마치 욕실 청소하듯 단단한 솔로 닦아내고 그 위에 고압 호스로 물을 뿌렸다. 세척 작업을 마친 박석들은 공사장 한편에 돌무더기처럼 쌓아두었다. 문화재를 전혀 문화재답지 않게 취급한 것이다.
문화재청 규정에 따르면 박석들이 유실되어 빈틈이 생긴 경우 새 돌을 채워 넣을 때만 중장비를 쓸 수 있다. 그런데도 김해시는 이를 무시하고 작업했다. 이 과정에서 박석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리를 평평하게 만든다며 굴착기로 흙과 돌을 뒤섞어 묘역 땅을 뒤엎어 버렸다. 고인돌 바로 아래에서 유물 30여 점이 출토된 바 있어, 추가로 문화재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파괴해 버린 것이다.
문화재청은 8월 17일 설명 자료를 통해 “고인돌 상석의 주변부에서 문화층[1] 일부가 유실되고, 정비사업 대상지 안의 저수조·관로 시설·경계벽 설치 부지는 해당 시설 조성 과정의 굴착으로 문화층 대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김해시는 문화재 복원을 맡긴 업체 측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애초에 김해시가 작성한 복원 계획서를 보아도 박석뿐만 아니라 고인돌 상석까지 잘못된 방식으로 세척하려는 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업체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이로써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이 품고 있던 역사적 의미와 이야깃거리는 처참히 망가져 버렸다. 한국고고학회를 비롯한 문화재학회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관료들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 부족이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을 파괴한 참사가 아닐 수 없다.
‘구산동 지석묘’는 묘역을 갖춘, 세계 최대의 지석묘입니다. 상석은 길이 10m, 너비 4.5m, 높이 3.5m, 무게는 350~400t 규모로, 주위에 길이 85m 이상이고 너비 19m인 할석(깬돌)을 깔아둔 기단묘(基壇墓)입니다. 학계에서는 이 유적을 2,000년 전 가야의 태동과 연관된, 중요한 역사적 사료로 주목해 왔어요. 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가 수립한 삼국시대, 한반도 남쪽에 있던 소규모 12개국을 통합한 연맹 왕국으로, 고인돌이 발견된 김해시는 예전 금관가야가 있던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