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통계를 보면 2022년 8월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10.4%로 전월(8.5%) 대비 2%가량 높았다. 그런데 쌀값만큼은 폭락했다. 생계가 곤란해진 농민들은 수확을 1개월여 앞둔 볏논을 갈아엎고 삭발 시위를 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에 ‘쌀값 정상화’ 대책을 요구했다.
통상적으로 쌀은 4인 가구가 한 달 정도 먹는다고 여겨지는 양인 20㎏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해 통계를 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9월 5일 기준 산지 쌀값이 20㎏당 4만 1,185원으로, 전년(5만 4,758원) 대비 24.8%나 떨어졌다. 약 1만 3,500원 정도가 떨어진 셈인데, 이는 1977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이다. 밥 한 공기에 쌀 100g이 들어간다고 했을 때 220원도 안 되는 가격인 셈이다.
농사지은 쌀을 팔아서 생활해야 하는 농민들로서는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으로 비룟값이나 농기계를 돌리는 데 드는 기름값, 인건비 등 영농비(營農費, 농업을 경영하는 데 드는 비용)는 계속 오르는데 수입은 줄고 있어서다. 이런 연유로 농민들은 공들여 키운 볏논을 갈아엎고, 삭발까지 감행해 가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밥 한 공기 300원을 보장하라.” 바로 농민들이 계속해서 외쳐온 구호다.
일반적으로 재화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그 가치가 떨어져요. 사려는 사람은 적은데 팔려는 물건이 많으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뜻이에요. 쌀값이 떨어지는 이유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수요의 측면에서 보자면 사람들이 예전보다 쌀을 적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식습관의 변화예요. 사람들 입맛이 쌀밥과 반찬에서 밀가루와 고기로 변하고 있어요.
통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1970년에 136.4㎏이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20년엔 57.7㎏으로 줄어요. 50여 년 사이에 소비량이 절반으로 떨어진 거예요. 반면 같은 기간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26.1㎏에서 33㎏으로 늘었어요. 1970년 5.2㎏에 불과했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2020년 54.3㎏으로 급증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제 쌀만큼이나 고기를 많이 먹어요. 전국한우협회는 2022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