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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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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

‘으르렁, 멍멍’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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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개 천둥이와 코코(천둥이 여자친구)와 집 앞 큰 사거리 치킨집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뭐야, 뭐야?’ 하면서 가게 앞에 쳐진 펜스 쪽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아니 글쎄, 앵무새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빨간색과 초록색 앵무새. 크기가 작지도 않아 큰 숭어만 했다. 나랑 코코 오빠도 멈춰서서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앵무새가 ‘빼액’ 하고 울었다. 평소 들어본 적 없는 소리에 개들이 멍멍, 짖었다. 개들도 ‘뭐야, 뭐야?’ 하는 것처럼. 
그 순간, 주변에 서 있던, 그리고 걸어오던 사람들이 갑자기 홍해 바다처럼 좌우로 싹 갈라졌다. 천둥이와 코코를 보면서. 우릴 둘러싼 공간은 넓어졌지만, 우린 몹시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천둥이와 코코는 갑자기 ‘무서운 큰 개’가 됐고 우리는 그 무서운 큰 개를 이끄는 견주들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큰 개의 도심 산책은 언제나 수시로 눈치를 장착해야 하는 ‘눈치 산책’이다. 

대형견 물림 사고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알게 모르게 산책 때 뒤통수가 따갑다. 때론 정면에서 눈총이 날아오거나 심한 말을 듣기도 한다. 천둥이나 코코가 혹여 짖기라도 하면… 아이고, 그냥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긴 덩치 큰 아이들이 짖는 소리도 ‘천둥처럼’ 남다르니 고작 몇 번만 짖어도 작은 개 짖음과 비할 바가 아니다. 개를 키우기 전엔 짖는 건 나쁜 행동이고, 짖는 개는 못된 개라고 생각했다. 짖는 행위가 곧 무는 걸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다. 그런데 천둥일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개의 ‘으르렁, 멍멍’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단 것을. 

개도 싫은 감정이 있다고요

개가 ‘싫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꽤 많다는 사실을, 천둥일 기르면서 배웠다. 고개를 돌리는 것, 하품하는 것, 헥헥거리는 것이 싫다는 표현일 수 있다. 아, 빳빳한 꼬리도. 혀를 날름거리는 건 비교적 ‘가벼운 싫음’의 표현이다. 뭐, 혀를 날름거리는 것도 싫다는 표현이라고? 보통 제일 놀라는 부분이다. 네, 그렇습니다. 

으르렁하는 게 싫음의 표현이란 건 개를 기르지 않는 사람도 대부분 안다. 견주는 내 개가 어떤 행동에 으르렁, 하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보통 개들이 앞발과 꼬리 만지는 걸 싫어하는데, 천둥이도 그렇다. 무뎌지라고 하도 만져줘서 앞발은 이제 좀 덜 그러지만 꼬리는 여전히 싫어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빼앗으려고 해도 낮은 소리로 으르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