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 시장은 16~18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제국주의 열강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았다. 이들은 식민지에서 사탕수수·담배·커피·차·코코아 등 본토에서 생산할 수 없는 작물을 길러 유럽으로 가져왔다.
당시 식민지에서 행해졌던 농업을 ‘플랜테이션’이라 한다. 원주민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단일 작물을 대규모로 상업적으로 재배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아이티에서는 사탕수수만, 가나에서는 코코아만 빼곡하게 심어 길렀다. 이는 식민지 자국 내의 수요보다는 철저히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것을 염두에 둔 농업 방식이라, 결과적으로 식민지의 식량자급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일부 식민지에서는 수출 작물을 생산하느라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수출 작물로 돈을 번 이들은 제국주의 권력과 유착한 백인과 소수의 원주민 지주들뿐이었고, 대다수 농민은 땅을 잃고 더 가난해졌다. 이렇게 시작된 단일 재배의 역사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개발도상국[1] 40여 개국의 전체 농산물 수출품 중 20%가량이 바나나와 커피 같은 단일 작물이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수증기가 가진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증기기관’의 등장과 함께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증기기관의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말이 끄는 마차와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열차는 속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 산업혁명에 힘입어 19세기 무렵, 농업도 기계화되면서 농업의 산업화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