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7일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 큰불이 났다. 50시간 넘게 불길이 번지며 축구장 15개 넓이(연면적 12만 7,179㎡)에 지어진 지상 4층·지하 2층 규모 건물이 뼈대만 남기고 모두 타버렸다. 이번 사고는 소방시설에 결함이 있음을 사전에 알았음에도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소방시설이 설치된 건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정기적으로 건물을 점검해 인근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덕평물류센터 또한 화재 발생 넉 달 전에 소방시설을 점검받았고, 지적사항이 277건에 달했다. 주요 소방시설 대부분에 문제가 있었으며 경보·피난 설비도 보완이 필요한 상태였다. 관할 기관인 이천소방서는 쿠팡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3개월 동안 서면 보고만 하고 실제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소방서도 현장을 방문해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부실한 관리가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인력에 한계가 있어 모든 건물에 소방관이 나가 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말한다. 서면으로 이행 여부를 확인한 것도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방시설 점검 4개월 뒤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대형 화재는 지금의 소방 규정이 너무나 허술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 결과는 엄청난 피해로 돌아온다. 덕평물류센터는 쿠팡이 보유한 전국 170여 개 배송·물류센터 가운데 인천·고양과 함께 ‘빅3’로 꼽히는 대형 물류 기지다. 이번 화재로 일반 배송 물량뿐 아니라 ‘로켓 배송’ 예비 물품 1,620만 개까지 전소돼 피해가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