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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통제·피해자 보호 모두 허술한

스토킹 처벌법

2021년 10월, 우리나라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습니다. 스토킹 행위가 폭행·살인 등의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범죄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예요. 그러나 그 취지가 무색하게도, 1개월 만에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스토킹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에 현행법이 허점투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요. 현행 스토킹 처벌법,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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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살해 협박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무려 5번이나 신고했지만 경찰은 사건을 정식으로 접수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해자에게 경고만 한 뒤 돌려보내는 식으로 대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극이 일어난 이유로 법률적 허점을 꼽는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구분한다. 스토킹 행위란 ①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사유 없이 접근하기 ②직장·주거지 등 생활 장소 근처에서 기다리고 지켜보기 ③우편·전화 등을 이용해 피해자가 받길 원치 않는 글·그림·영상 등을 보내기 ④직접 혹은 제3자를 통해 물건 전달하기 ⑤생활 장소 근처의 물건을 훼손하며 공포심을 일깨우기의 5개 행위로 규정된다.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야만 스토킹 범죄로 판단,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최장 1개월 동안 구금할 수 있다(잠정조치). 

그러나 이 같은 스토킹 ‘행위’와 ‘범죄’의 구분이 처벌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란 애매한 범죄 성립 요건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스토킹 행위’로 보고 가해자를 구금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 가해자를 유치장에 구금하는 것은 정도가 굉장히 심한 경우가 아니면 부담이 될뿐더러 실제로 유치장에 구금한 사례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구금조차 쉽지 않으니 징역형 등 강력 처벌은 더욱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범죄’가 아닌 ‘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서 가해자에게 제재를 가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경찰은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그 주거지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긴급응급조치). 문제는 가해자가 이를 어겨도 과태료 300만 원만 물면 그만이라는 점이다(스토킹 반복 시 최대 1,000만 원). 스토킹을 ‘행위’ 단계에서 막지 못하니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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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스토킹 처벌법, 피해자 보호는 뒷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