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늘 ‘뜨거운 감자’다. 한편에서는 원자력은 값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체르노빌·후쿠시마 같은 원자력발전소(원전) 사고의 예를 들면서 기술 위험이 너무 높은 에너지라고 맞선다.
원자력발전 찬반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에 밀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방사성폐기물 문제다. 방사성폐기물이란 방사선에 오염된 폐기 대상 물질로, 원자력발전을 하면 무조건 방사성폐기물이 나온다. 원전 작업자들이 사용했던 장갑 등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폐기물(중·저준위 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처럼 방사능이 매우 강한 폐기물(고준위 폐기물)로 나뉜다. 위험도는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잔존해 있는지 여부로 판가름 난다.
방사성 물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위험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분리해 보관한다. 일반 산업에서 쓰이는 핵연료의 반감기는 몇 시간 내지 몇 년에 불과하지만,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은 반감기가 수십 년에서 수만 년이나 되고 몹시 유독하다. 따라서 방사성폐기물은 안전을 위해 엄격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원전 찬반 논쟁 때마다 원전 사고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이미 원전으로 인한 방사선 오염이 방사성폐기물로 인해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경주 월성 원전에서 고준위 폐기물(대개 사용후핵연료[1])인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원자력발전위원회는 2018년에 오염수 누출 사실을 알았지만, 쉬쉬하다가 뒤늦게 밝혀졌다. 이 오염수 누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