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 원전 인근에 ‘나아리’라는 마을이 있다. 원전에서 약 1㎞ 떨어진 이 마을에는 유독 암 환자가 많다. 마을 중심가 두 집 건너 한 집마다 암 환자가 나왔고, 가족력이 없는 중학생 두 명이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나아리뿐 아니라 원전 인근에는 전반적으로 암 환자가 많다. 월성 원전에서 5㎞ 떨어진 수렴1리에서 횟집을 하는 신 씨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을 때, 의사는 “혹시 바닷가 쪽에 사십니까? 희한하게 바닷가 쪽에 사는 분들이 갑상선에 문제가 많네요”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신 씨의 아들도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원전 인근 주민 가운데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은 무려 618명.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연탄으로 난로를 때면 필연적으로 연탄재가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자력발전 과정에서는 방사성폐기물이 나온다. 그리고 방사성폐기물에서는 방사선이 방출된다. 방사선의 특징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결합 구조나 성질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에도 방사성 물질이 있고, 땅, 바위, 아스팔트 어디에나 저량의 방사선이 흐른다. 우리 몸은 저량의 방사선에 일시적으로 노출되어도 면역 체계를 발동해 스스로 손상을 복구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리고 한 번에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면역 체계가 이를 감당할 수 없어 몸 안에 죽어가는 세포 수가 증가해 피부에 화상을 입거나, 안구 수정체에 백내장이 생길 수 있고, 불임을 겪을 수도 있다. 심하면 인체 세포의 변형으로 암에 걸리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