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1]은 국내 단 하나밖에 없는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방폐장)으로 이송된다. 방사선은 아무리 소량이어도 생명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와 완전히 차단한 채로 100~300년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경주 방폐장은 어떻게 생겼을까? 해수면 약 100m 아래, 지표면 약 200m 아래 지하에 동굴처분시설을 만들었다. 200ℓ짜리 폐기물 드럼 10만 개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져 2015년부터 운영 중이다. 2022년 8월 26일 기준, 6개 사일로(원통형 탱크)에 저준위 폐기물 드럼 2만 5,578개를 저장하고 있다. 동굴 암반은 방사선을 차폐하는 ‘천연 암벽’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경주 방폐장은 태생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방폐장이 활성단층 위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활성단층이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지진이 발생해 방폐장에 타격을 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 대참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폐장은 활성단층이 아니라 안정된 지반에 지어야 한다. 2005년 경주를 방폐장 부지로 선정할 당시 지질조사에서는 이러한 허점을 잡아내지 못했다. 경주 방폐장은 2015년 완공됐는데, 1년 뒤 2016년 경주에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심지어 그해 경주 지진은 1978년 한반도의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강력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진으로 인한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경주 방폐장에 다급히 전원 공급시설·예비 배수시설 등을 설치했다. 2022년 8월부터는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처분시설 추가 착공을 시작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대비로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00년에서 300년 동안 이보다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경주 방폐장은 애초에 활성단층에 지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심층적인 지질조사를 거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