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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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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연습곡 <혁명>,

연습곡에 격정적인 선율을 담아내다

《체르니》로 피아노 연습을 해봤다면 연습곡이 지루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쇼팽의 역동적인 연습곡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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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연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원하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 즉 결과의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어떠한 행위를 무한히 반복해 결국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뜻한다. 이 모든 과정이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연습의 과정은 언제나 지루함을 동반한다. 

피아노 학원에서 쳤던 교재 《체르니》를 떠올려보자.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카를 체르니(Carl Czerny)가 작곡한 이 연습곡 모음은 100번으로 시작해 30, 40, 50번까지 이어지며 피아노 연주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기교와 테크닉을 단순 반복하는 것에 치우치는 구성이라 결과적으로 피아노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체르니를 끝까지 쳐 본 사람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단순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을 이겨내고 체르니를 끝까지 치는 것은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너무나도 떨어지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계에도 ‘연습’이라면, 게다가 ‘연습곡(에튀드, étude)’을 연주한다면 당연히 지루한 반복을 감내해야 한다는 편견이 꽤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있었다. 낭만주의 시대 피아노 연습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낸 이 작곡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연습’이란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낭만적인 선율과 예술성, 이야기가 담긴 새로운 의미의 연습곡을 작곡해낸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이다.

무대 위에서 연주되는 연습곡을 작곡한 쇼팽

쇼팽은 클래식 음악사에서 피아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다. 그는 삶의 대부분을 피아노 연주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는 데 바쳤다.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해 발라드, 소나타, 왈츠, 녹턴, 전주곡은 물론 조국 폴란드의 선율을 담은 폴로네이즈와 마주르카(폴란드의 춤곡들)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이렇게 많은 장르 중 쇼팽이 특히 두각을 드러낸 장르가 바로 연습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