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저는 특별한 생일을 보냈어요. 2022년 9월 24일 토요일, 제 생일날 개최된 2022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지요. 3만 5,000여 명의 시민과 “기후위기, 이대론 살 수 없다!”라고 함께 외치며 종로구 일대를 걸었고, 사이렌 소리에 맞추어 광화문 광장에 드러누워 다이-인(Die-in) 시위도 벌였어요.
‘다른 날도 아니고 생일에 무슨 시위야. 그냥 친구들이랑 놀까?’ 이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빈발하는 가뭄과 산불, 태풍과 홍수, 감염병 확산 등 재난 소식을 마주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대로면 내가 죽기 전까지 몇 번의 생일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는 소중한 제 생일날 하루를 거리에서 보내자고 결심했지요. 기후위기는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직면한 문제’니까요.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22년 8월 2일부터 10월 30일까지 약 3개월간 <기후비상> 특별기획전을 개최했어요. 그런데 전시관 한쪽 벽면에 ‘기후변화는 가짜’라고 주장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메시지까지 전시해 두었더라고요. 물론 반대쪽 벽면에는 기후변화가 사실임을 증명하는 과학적 근거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지만요.
‘뭐하러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메시지까지 전시해 둔 걸까?’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저는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기후정의행진 다음날 뉴스를 찾아보다가 거기 달린 댓글들을 읽게 됐는데, 기후위기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아 보였거든요. 전시회 주최 측에서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주장을 전시해 두고 반증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그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음을 알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지구는 비교적 추운 빙하기와 비교적 따뜻한 간빙기를 반복해 왔으며, 지금의 지구온난화는 현재 지구가 간빙기에 있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해요. 이 주장에서 지구가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해 왔으며 지금 지구가 간빙기에 있다는 내용은 과학적 사실에 부합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지구가 이렇게까지 뜨거워진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굉장히 부족한 설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