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가장 먼저 충청북도 청주의 한 초등학교 2학년 교실을 비춘다.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다. 주인공 지윤이가 대표로 일어나 책을 읽는데, 한 글자 한 글자씩 더듬더듬 읽는다. 친구들은 그런 지윤이를 ‘로봇 같다’고 놀렸다고 한다. 받아쓰기 시간, 지윤은 글자를 쓰는 것도 어려워한다.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으니 스스로 채점할 때 열 문제 모두를 틀렸다고 표시해놓는다. 글씨체도 엉망이다. 글자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청주교대 문해력지원센터가 갓 입학한 1학년 190명을 대상으로 초기 문해력을 조사한 결과, 기초에 미달하는 아이들이 1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엄훈 청주교대 문해력지원센터장은 ‘막 입학한 (만) 5세 아이 중에 어떤 아이는 3세 수준 정도의 읽기 능력을, 어떤 아이는 8세 정도의 읽기 수준을 보인다’고 말한다. 한 학급에서 무려 5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 격차가 1~2년 지속되면 문해력 차이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학급에서는 미달 학생을 챙기지 못하니 학습 부진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초등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카메라는 두 번째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을 비춘다. 해당 학교의 국어교사는 학생들의 어휘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기차의 기적소리’라는 시 구절에서 ‘기적’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번은 ‘머리에 서리가 내렸다(흰머리가 생겼다)’는 시험문제를 가져와서 ‘서리가 내렸는데 어떻게 배경이 여름이에요?’라고 질문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읽기 분야에서 교과서조차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하위 성취’의 비율이 최근 크게 늘은 것으로 조사됐다(2012년 7.6%, 2018년 15.1%).
더욱 문제인 건 학생들이 문해력의 부족을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다른 친구들은 다 아는데 자기만 모르는 것 같고, 노력해도 잘 모르겠으니 쉽게 의기소침해지고 자존감이 하락한다.
때문에 아이들의 입에선 ‘공부가 재미없다’ ‘해도 안 되니 포기하고 싶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정작 수업시간에 무슨 말인지 몰라서 가장 답답한 건 그들일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