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몇 장 읽으면 졸음이 쏟아진다. 왜 그럴까? 글을 읽는 건 인간에게 몹시 힘든 노동이기 때문이다. 우리 뇌의 질량은 체중의 2% 정도에 불과하나, 이 뇌가 몸이 사용하는 총 에너지의 20% 이상을 소모한다. 에너지 소비량이 엄청난 셈이다.
또한 무언가를 읽기 위해서는 뇌를 총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눈은 무언가를 보는 데 쓰고, 코는 냄새를 맡는 데 필요한 기관이지만, 우리의 뇌에는 읽기를 전담하는 부위가 따로 없다. 그래서 뇌의 여러 신경망을 ‘풀가동’ 해야만 텍스트를 읽어 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읽을 때 쉽게 피로감을 느끼지만, 인류의 뇌는 읽기 능력 덕에 놀라울 만큼 통합적으로 발달하게 됐다.
흔히 읽기를 단순히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읽기는 상상 외로 복잡한 활동이다. 예를 들어보자. ‘자다’와 ‘바다’는 분명 다른 단어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ㅈ’과 ‘ㅂ’의 차이를 구분하고 각각의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단숨에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뇌에는 이렇게 복잡한 활동인 읽기 전담 부위가 없다. 35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의 뇌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무언가를 읽을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보기, 듣기, 말하기’ 등의 능력을 토대로 읽기를 시작했다. 예컨대 나무에 달린 열매가 사과인지 배인지 판별할 때 사용했던 시각 신경망을 글자를 해독하는 데 투입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