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행위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다. 제품을 고르고, 상품평을 보고, 공부하고, 일을 하고…. 현대의 삶에서 읽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읽기’는 까다롭고 어렵고 지루하다. 책만 펼치면 졸음이 몰려오고, 주위의 작은 유혹에 빠져 쉽게 책장을 덮는다. 특히 디지털 혁명으로 수많은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자 읽기는 더 멀어졌다.
왜 이렇게 읽기가 어려운 걸까? 읽기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어서 그렇다. 노래를 부르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인류의 역사와 문자의 역사를 비교해보면 금새 알 수 있다.
유인원과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인류의 첫 조상은 대략 700만 년 전에 출현했다. 그중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의 등장은 35만 년 전이었다. 얼마나 기나긴 역사인가. 이에 비하면 문자의 역사는 아주 짧다. 인류가 원시적인 형태의 문자를 발명한 것은 고작 8000년 전이었고, 조금 더 문자다운 문자를 갖게 된 것은 3000여 년 전이었다. 인류는 대략 699만 년 이상 까막눈으로 살았다.
문자가 없어도 호모사피엔스는 말하고, 의사소통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척박한 자연 속에서 사나운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왔다. 물론 생존에 필수적인 이 능력들은 연습이나 모방 없이,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다. 이렇게 보고, 듣고, 말하기는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었지만, 읽기는 완전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