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소는 ‘WWW…’로 시작한다. ‘World Wide Web’의 약자로, 넓은 세상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망이란 뜻이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의 삶 속에 뿌리내리면서, 전 세계 누구나 사소한 일상부터 전문 지식, 정치 견해까지 실시간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과거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신문사, 방송국 등 거대 미디어들이 만든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누구든, 어떤 단체든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그 파급력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저자가 될 수 있다. 브런치, 블로그에 글을 쓰고, 유튜브를 개설해 동영상 방송을 하고, 트위터에 일상을 담은 만화를 올리는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수없이 많은 콘텐츠를 전 세계 사람들이 엄청나게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미디어 생산자가 뒬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2001년 사용자 작성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키피디아가 엉터리 백과사전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백과사전은 모름지기 각 항목의 전문가들이 공들여 작성한 것으로 지식의 표준이나 다름없는데, 그런 백과사전을 아무나 작성하고 편집한다고?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현재 위키피디아는 문서량의 면에서도 놀랍지만, (논란이 여전히 많긴 해도)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평가받는다. 2005년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200년 전통의 영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위키피디아의 내용 정확도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문서량의 경우 2021년 위키피디아에 생성된 사전 항목은 한국어·영어 등 각종 언어판을 합해 5,500만 건 이상인 반면, 브리태니커의 사전 항목은 12만 건에 그쳤다.
현재 위키피디아 웹페이지에는 매월 17억 명 이상이 방문한다. 이에 반해 1768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초판이 나온 이래, 오랫동안 명실공히 도서관의 왕이라 불리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2008년부터 인쇄본 출간과 개정 작업을 중단했다.
위키피디아가 삽시간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과사전이 된 비결은 뭘까?
디지털 환경에서 누구나 정보 소비자가 생산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에게 문서를 살필 동기를 부여했다.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에 힘입어 오류가 발견된 문서를 빠르게 수정했다. 지금까지 위키피디아 문서 수정 작업에 참여한 사람은 무려 28만여 명에 달한다.
위키피디아 사례는 이제 디지털 시민들이 단순한 정보 소비자 역할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조율하는 프로슈머(prosumer)[1]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