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아이폰의 등장은 스마트폰 시대라는 완전히 새로운 문명을 일으켰다. 지금의 10대는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나고 자랐다. 이 무렵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도 등장했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이미지와 영상이 텍스트에 비해 훨씬 익숙하다. 학교에서 과제를 내면 학생들은 대부분 네이버나 다음, 구글 같은 검색엔진이 아닌 유튜브 검색을 이용한다. KT그룹의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10대 인터넷 사용자 10명 중 약 7명은 검색 채널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걸로 나타났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현상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2021년 OECD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 리터러시 개발하기>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OECD 가입국 만 15세 학생들의 디지털 정보 파악 능력 조사 결과를 실었는데, 놀랍게도 우리나라 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은 세계 최하위권으로 분류되었다.
피싱메일(사기성 메일)을 가려내는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은 멕시코·브라질·콜롬비아 등과 함께 꼴찌를 차지했고, 블로그 서평을 읽고 문장의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평가에서 답을 맞춘 학생 비율 또한 OECD 평균 47%에 크게 못 미치는 25.6%를 기록했다.
길고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단순하게 말하자면 텍스트 독해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하고, 디지털 정보를 문맥 이해 없이 빠르게 훑어보는 습관이 굳어져 텍스트를 깊이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잃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원기 경기도의회의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우리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키즈’이지만, 정작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는 키우지 못해 진위를 판별하지 못하고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콘텐츠의 껍질만 훑고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청소년 문해력 또한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 능력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문해력 미달’ 학생은 2012년 7.6%였으나 2018년엔 15.1%로 두 배 이상 늘어 조사 대상국 중 증가세가 가장 컸다. 교육계 일선에서는, 학생들이 문제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해 더 쉬운 말로 설명해줘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가정통신문을 세 줄로 요약해줘야 할 때도 있다고 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