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지구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다. 터무니없는 얘기로 들리겠지만,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전체 미국인의 2%가 지구평면설을 믿고 있으며(2018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조사), 18~24세 미국 청소년 세 명 중 한 명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2019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조사).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이후 수많은 과학자가 증명해낸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들은 모두가 옳다고 믿는 과학적 사실을 거부하고 지구평면설에 현혹된 걸까? 이 현상을 들여다보면 디지털 리터러시의 부재가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위험을 초래하는지 짐작하게 된다.
모두가 철석같이 믿는 사실에 반론을 제기하는 일은 센세이셔널하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뒤집는,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 영상을 보고 나서 지구평면설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관련 정보를 검색하면 해당 내용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 것이다. 실제로 ‘평면지구인들의 왕’으로 불리는 마크 서전트는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 관련 내용을 강연해 퍼뜨린다. 지구 평면설 영상의 2015년 유튜브 검색 건수는 5만 건인 데 반해, 2018년에는 1940만 건으로 늘었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한 누군가는 이 영상을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열광할 수 있다.
이처럼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과 관련이 깊다. 필터 버블이란 정보제공자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는 필터링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지구평면설을 검색하면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관심사를 고려해 비슷한 영상을 계속 페이지나 피드에 올려주는 것이다.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새 지구가 둥글다는, 전 세계인이 믿는 진실을 의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