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폭설에도 배달원들이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악천후에 누구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쪽은 배달 주문을 알려주는 배차 시스템 알고리즘의 특성을 이해하는 배달원이고, 다른 한쪽은 그런 것에 무관심한 배달원이다.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배달원은 초 단위로 바뀌는 단가를 확인하며 배달 수수료가 높은 건수를 골라서 배달하고, 수수료가 낮거나 지형적으로 불리한 곳은 ‘배차 거절’로 피하기도 한다. 너무 많이 거절하면 알고리즘으로부터 ‘배차 중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적당히 횟수를 조절해 가며 거절한다. 이들의 수입은 알고리즘에 무관심한 배달원과 비교해 봤을 때 많게는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알고리즘을 이해하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수입이 달라진다. 뉴스 플랫폼에서 뉴스를 보며 세상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믿는 건 착각이다. 그 뉴스를 노출시킨 알고리즘의 편향성까지 이해해야 세상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배달이나 뉴스뿐 아니라 어쩌면 온 세상이 알고리즘에 덮여 있으니, 알고리즘을 몰라서 발생하는 수입의 격차란 배달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간혹 이런 얘기에 나이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코딩이나 알고리즘을 배우고, MZ세대는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하니 알고리즘을 몰라서 불리한 건 중장년들뿐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접근성만을 문제 삼았을 때의 얘기다. 일단 접근하고 나면 그것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은 나이가 많을수록 유리해진다. 앞서 언급한 배달 플랫폼의 알고리즘 특성을 간파한 배달원은 60대였다.
오히려 젊은 층일수록 알고리즘에 취약한 특성을 보인다. 즉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그 늪에 빠지기 쉽다.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본 이라면 나와 연관성 높은 게시물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힘 때문에 쉽게 끊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나 알 것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어린 딸을 잃은 부모가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과 스냅챗(SnapChat)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딸이 SNS에 빠져 우울증, 수면 부족, 섭식장애, 자해 등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엔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주장이었다. 그 부모는 소셜미디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미성년자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당 업체가 이를 방치했다는 점을 들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