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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스토리는 가볍지만, 메시지는 묵직한 교육 비판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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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에게 구전된 대학은 기묘한 공간이다. 그들에 따르면, 대학에 소속되는 것만으로 더 나은 외모를 갖게 되고, 살이 빠지고, 애인이 저절로 생긴다. 게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단다. 이 말이 사실이었다면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와 헬스장이 모조리 망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이런 류의 믿음은 고사하고 MT, 학교 축제를 비롯한 대학 생활 자체에 전혀 환상이 없었다. 당장 꿈이 없으니 적당히 사회의 기대에 맞추려 대학에 들어왔고, 유일하게 기대했던 건 듣고 싶은 교양 강의를 실컷 듣는 것이었다. 그런데 웬걸. 졸업요건을 충족해 제때 졸업하려면 교양 강의는 들을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학생 수에 비해 강의 수가 턱없이 부족해 전공 수업도 못 듣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결국 내가 가진 유일한 환상마저도 거짓이었다.

그래도 가고 싶어, 대학

사진 합성에 재능이 있고 다소 엉뚱한 주인공 바틀비는 지원한 대학에 모두 떨어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일찍 사회생활을 하려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너무나 당연하게 어느 대학에 진학하냐고 묻는 주변 어른들과 부모님의 구박에  못 이긴 바틀비. 상황을 모면할 생각으로 자신의 특기를 살려 합격통지서를 위조한다. 그리고 친구에게 ‘클릭 한 번이면 합격할 수 있는 대학교 홈페이지’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부모님은 약간 의구심을 갖긴 하지만, 일단 아들이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에 만족스러워하며 다행히 속아 넘어간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서는 더 큰 거짓말이 필요한 법. 바틀비가 어쩌다 설립한 ‘사우스 하몬 기술 대학’은 점점 그럴듯해져 간다. 바틀비는 계속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폐병동을 개조하고, 학부모와의 면담을 담당할 괴짜 전직 교수를 학장으로 고용한다. 친구가 웹페이지를 공개해버려 의도치 않게 학생도 생겼다. 이들은 모두 바틀비처럼 지원한 학교에 불합격한 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