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병역의 의무를 지는 ‘징병제’는 역사적으로 볼 때 근대에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제도야. 원래부터 그랬다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중세 유럽의 경우 군대는 귀족들 지휘하에 노예와 용병 등이 싸움에 나서는 방식이었어. 이 시기 전쟁은 일반 국민에게 ‘남의 나라’ 일이었지. 지배자들 간의 영토 분쟁에 불과했기 때문이야. 농민들 입장에서는 승자가 결정되면 이전부터 바쳐온 농작물과 노동력을 바뀐 영주에게 제공하면 그만이었어.
이런 군대의 모습을 바꾸어놓은 건 ‘프랑스 대혁명’이야. 새롭게 들어선 공화국 정부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병역의 의무를 부과해.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들어선 공화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게 민주적 권리와 함께 나라를 지킬 의무도 부여한 거야. 프랑스는 징병제로 군대 규모를 키우고 이는 이후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승승장구하는 배경이 돼.
우리나라 군대 역사도 이와 비슷해. 조선 시대만 해도 양반들은 이런저런 꼼수로 군대를 안 갔고 농민들도 세금으로 병역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어. 내용상 징병제로 보기에 무리가 있었지.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전 국민 징병제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인 1949년 8월 6일 ‘병역법’이 발표되면서 시작해.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 역시 이때부터 생겼지.
예외 없이 모든 남성이 군대에 가야 하는 상황은 많은 문제를 불러와. 그중 하나는 나라 전체의 생산력을 떨어뜨린다는 거야. 실제로 우리나라는 50~60만 명의 젊은이들이 1년 6개월 동안 경력이 단절된 채 병영 생활을 해야 해. 만약 그 시간에 일을 한다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