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구수가 1,000만을 돌파하고, 주거지 가운데 아파트 비중이 60%를 돌파했다. 이유는 그만큼 아파트가 살기 편안해서일 것이다.
가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올려다보면 까마득한 기분이 든다. 개미집처럼 모두 네모 반듯한 상자 안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우리는 모두 틀에 찍어낸 듯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를 이렇게 욕망하게 된 걸까? 미적 감수성이 남다른 우리 민족이 말이다.
살기 편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이유들이 있다. 아파트가 재테크를 위한 수단이고, 계층 상승의 도구이며, 자본주의의 가장 유행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가 너무 높아서 그 외의 다른 많은 가치들에 대해서는 무신경해졌다. 우리는 집에 대한, 문화적이고 정서적이며 미적인 가치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게 되었다.
‘집’이라는 말 속에 담겨져 있는 정서가 요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남아 있을까?
내가 나고, 자라고, 친구들과 뛰놀고, 오랜 이웃이 있는 곳? 이런 ‘집’을 우리는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되었다.
대도시에 올라와 터전을 닦은 지방 사람들이 노력 끝에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고 해도 이들은 이 집을 진짜 자기의 ‘집’으로 잘 생각하지 못한다. 같은 아파트에 10년, 20년 살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집은 고향의 바닷가나 감나무, 기와집이나 각 지방의 생활양식이 반영된 유년시절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