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중요성이야 말하자면 입만 아픈 일이지만 과거에도 그랬을까?
《스포츠코리아 판타지》에서 재밌는 일화를 읽었다. 갑오개혁을 이끈 김홍집 내각의 대신 신기선에게 어느 날 미국 영사가 스포츠의 즐거움을 알려주려고 테니스 치는 모습을 보여줬단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서양인을 보고 신기선이 한 말. “아니, 아랫것들 시키지 왜 직접 뛰어다니시오?”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70~80년대였다고 한다. 그때 마당이나 약수터에서 아침체조를 하거나 깡통 역기를 드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1945년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해방돼 50년 한국전쟁을 치렀고, 50~60년대는 그 폐허 위에서 나라를 건설하느라 배를 곯던 시절이니 운동은 언감생심이었을 게 당연하다.
“사실 1980년대까지는 ‘스포츠’라기보다 ‘체육’이었다. 즉, 성장기에 이루어지는 교육적 차원에서의 신체활동이었다. 당연히 학교 울타리 안에서 행해지는 교과목의 성격이 강했고, 그래서 졸업하면 운동할 기회가 현격히 줄게 마련이었다.” _《스포츠코리아 판타지》
하지만 지금은 아주 딴판이다. 최근 몇 년 새 불어닥친 운동 열풍이 제법 거세다. 거리마다 헬스장, 요가센터, 필라테스 간판이 즐비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전국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에 따르면 2000년대에는 전국에 3,924개였던 헬스장이 2018년에는 9,046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홈트’ 관련 산업도 성장세다. 이 말은 다른 한편으로 운동을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9 국민 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월평균 8만 원에 달하는 돈을 운동 경비로, 1년 평균 25만 2,000원의 돈을 운동용품을 사는 데 쓴다고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하면 국가는 어떤 이득을 볼까? 당연히 보건복지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국가가 체육 활동에 1달러 투자할 때 3.2달러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유네스코의 조사 결과는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운동하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감소하고 범죄율 또한 낮아진다. 비용 대비 투자 효과가 다방면에서 나타난다.
선진국들은 이런 중요성을 이미 간파하고 여러 방면으로 생활체육을 장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