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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아웃’,

왜 사용하면 안될까요?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변 사람들에게 밝히는 ‘커밍아웃(coming out)’.
본인의 의지라지만, 여전히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커밍아웃 결심을 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뒤따릅니다. 그런데 최근 ‘커밍아웃’을 이용한 단어 몇 개가 쓰이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들의 고뇌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닌지 돌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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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남녀 간 사랑 외에도 여러 성적 이끌림이 존재합니다. 이들을 대개는 ‘성소수자’라 부르는데, ‘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의 앞 글자를 따 ‘LGBT’라고도 합니다. 여기에 아직 특정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성애를 ‘퀴어(Queer)’ 또는 ‘질문 중(Questioning)’이라는 Q를 덧붙이기도 합니다. 단, 아동성애, 수간 등 권리 침해의 소지로 논란이 되는 성적 행위는 논의에서 제외합니다.  

‘벽장 탈출’     

사실 커밍아웃이란 용어가 성소수자의 전유물은 아니었습니다. 세간에 알리고 싶지 않은 자신의 비밀스런 생각이나 지향성을 드러내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었죠. 커밍아웃의 어원은 ‘coming out of the closet’ 즉,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입니다. 일단 벽장은 옷 같은 사적인 물건을 눈에 띄지 않게 보관하는 곳이죠. 그래서인지 영어권에서 벽장은 주로 ‘비밀이 숨어 있는 장소’로 여겨집니다. 우리말의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와 비슷한 영어 속담은 ‘Everyone has a skeleton in the closet’가 있죠. 해골(skeleton)은 ‘감추고 싶은 비밀’의 비유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성소수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단어로 쓰입니다. 이때의 ‘커밍아웃’ 역시 이성애와 다른 성 정체성을 대외적으로 숨기는 걸 ‘벽장에 비밀스러운 걸 숨기는 것’에 비유한 겁니다. 단, 커밍아웃은 온전히 ‘본인 스스로’ 결정한 것입니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성 정체성이 밝혀지는 건 아웃팅(outing)이라 하죠. 

말할 수 없는 비밀 

어떤 형태든 결국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데 왜 남녀 간 사랑이 아니면 안 되는 건가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나라가 이성 외 결혼 형태를 법으로 보장하지 않으며, 심지어 여러 중동 국가에서는 동성애를 사형으로 다스리지요. 법적 처벌이 없거나, 동성 결혼이 합법인 곳에도 편견어린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각종 폭력, 심지어 살해 위협에도 노출됩니다. 만일 편견을 가진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 등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면, 커밍아웃은 고사하고 관련 이슈도 언급하기 두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