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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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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과잠을 입을까?

‘대학의 로망’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MT, 자유로운 생활, 다양한 동아리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과잠’을 입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로망 중 하나이지요.
그런데 과잠 문화, 건강한 캠퍼스 문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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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혹은 준비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잠[1]을 입고 두꺼운 전공서적을 안고 캠퍼스를 누비는 상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웹 서핑을 하다보면, 그 심리를 이용해 ‘수험생 공부 자극용’이라며 인서울 명문 대학들의 과잠 사진을 모아 올려놓은 게시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서는 명문 대학의 과잠을 거래하기도 한다. 그만큼 과잠을 입는 것은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이 흔히 갖고 있는 로망 중 하나다.

‘과잠’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학교 로고, 학과, 학번 등이 박혀 있는 야구 잠바를 떠올린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잠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환절기에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바람막이 점퍼부터 추운 겨울에도 입을 수 있는 롱패딩까지. 여름을 제외하면 1년 내내 과잠을 입고 살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학과 자체 공동구매뿐만 아니라 학생회 공동구매, 개인 공동구매 등 구매처도 다양해져 여러 옵션 중에 원하는 옷을 골라서 살 수 있는 학교도 많다.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과잠은 대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과잠을 입고 다니는 문화가 정말 건강한 캠퍼스 문화일까?

내가 과잠을 사지 않은 이유

봄, 가을이면 등하교 길에 과잠을 입은 학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는 야구 점퍼 대신 학교 로고가 새겨진 롱패딩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도 굉장히 많다. 그렇지만 나는 과잠을 단 한 벌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과잠을 사지 않은 것에는 ‘특별할 것 없는’ 계기가 하나 있다. 1학년 1학기 초, 과잠을 공구한다는 공지를 보고 ‘당연히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내게 아버지께서 “왜 안 입고 다닐 옷을 사느냐”고 말씀하신 것이 계기였다.

아버지의 말을 들었을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과잠을 입고 다닐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는 평소에도 개인정보를 모르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는데 굳이 과잠을 입고 다니며 내가 다니는 학교, 내가 속해 있는 학과, 나의 학번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다. 또한 환절기에 입을 옷도 이미 있는데 굳이 잘 입지도 않을 새 외투를 살 필요도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