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정성껏 길러본 사람이라면 식물의 밤과 낮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해가 뜨면 잎과 꽃잎이 벌어지고 해가 지면 오므라드는 변화. 밤이면 식물도 쉬는 모양이다. 나무는 어떨까?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나무도 잠을 잔다’. 2016년 핀란드·오스트리아·헝가리 공동연구팀은 밤과 낮에 나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무들의 움직임을 레이저 스캐닝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해가 지면 나무 이파리와 가지가 땅을 향해 처지고, 해 뜨기 전 두세 시간 동안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가 아침이 오면서 서서히 원위치로 돌아오는 패턴을 확인했다.
그런데 밤새 나무 주위를 환하게 밝히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무들은 밤낮을 구별하지 못하고 계속 낮인 줄 착각한다. 조명 때문에 주변 온도도 덩달아 올라가니 계절 감각도 상실한다. 결국 나무들은 휴식할 시기를 놓치고 계속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나무의 생체리듬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1930년대에 미국의 식물학자 에드인 매트츠케가 이미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그는 뉴욕 거리의 포플러 나무를 관찰 중이었는데, 가로등 주변의 포플러 나무 이파리가 가로등에서 먼 곳에 심어진 것들보다 더 오래 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관찰되었다. 인공 조명을 받은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자연 상태의 플라타너스보다 무려 20일 동안 더 매달려 있었고, 심지어 몇몇 이파리는 1월까지도 초록색을 유지했다.
오랫동안 푸르름을 유지하니 좋은 것 아니냐고? 쉬어야 할 때 제대로 쉬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번 아웃’ 된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립대 우수영 교수팀의 연구를 보자. 연구팀은 하루 최대 13시간씩 나트륨증기등 불빛을 포플러 나무에 비추었다. 그러자 이파리들이 초록빛을 잃고 불에 탄 것처럼 말라붙으면서 빛을 받지 않은 이파리보다 빨리 시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