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던 날, 많은 사람이 한 가지를 궁금해했다. ‘알파고는 왜 손이 없을까?’
손이 없는 알파고는 빠른 속도로 바둑의 수를 계산하고 두어야 할 위치를 결정했다. 그러면 대리인이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판 위에 돌을 올려놓는 방식으로 대국이 진행되었다. 당시 언론들도 이 점이 궁금했는지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에게 왜 로봇팔을 만들어주지 않았느냐고 질문했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알파고가) 바둑의 수를 계산하는 것보다 바둑판 위에 바둑돌을 올려놓는 것이 현재로선 더 어려운 기술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바둑판 위에 바둑돌을 올려놓는 게 쉬워, 아니면 이세돌을 바둑으로 이기는 게 쉬워?”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당연히 바둑판 위에 바둑돌을 올려놓는 쪽을 선택하겠지만 이것을 인공지능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사이에서 어렵고 쉽다는 개념은 정반대로 작용한다.
우리가 손쉽게 하는, 규칙이나 일관성을 지닌 행동들을 인공지능이 따라 하기란 어렵다. 바둑을 두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수많은 바둑돌이 가득 담긴 통 안에 손을 넣고 돌 하나를 집어 올리는 일, 그 돌을 내가 생각한 위치에 정확히 올려놓는 일, 동시에 다른 돌을 건드리지 않는 정교함까지. 이 모든 작업은 미적분과 선형대수학, 확률과 통계를 다 동원해도 인공지능이 계산하긴 어렵다.
바둑돌을 집어 드는 것도 어렵지만, 더 쉬운 일인 걸어 다니는 것조차 따라 하기 힘들다. 가장 최신 기술 트렌드를 보여주는 박람회인 ‘CES 2022’가 지난 1월에 개최되었는데, 당시에 선보인 최신 로봇 기술은 다름 아닌 ‘직립보행’이었다. 직립보행이란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로봇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마저도 제한된 조건 안에서만 넘어지지 않고 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