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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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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

천둥이를 통해 보는 뒷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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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바로 뒤에는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다. 삭발한 머리에 난 스크래치 한 줄처럼 차 한 대 지나다닐 정도의 길 하나를 중심으로, 뒷산은 왼쪽 산과 오른쪽 산으로 나뉜다. 높이는 해발 66m 정도…. 산 초입에서 고개를 들면 정상부가 어릿어릿 보일 정도니 산이라고 부르기엔 언덕, 혹은 동산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여길 ‘산’이라 부른다. 정상부가 빡빡 깎여 잔디광장이 조성되고 각종 운동기구가 놓인 왼쪽 산과 달리, 오른쪽 산은 제법 산답다. 키 큰 나무와 낮은 관목들이 다양하게 자라고, 한창 녹음의 기세가 올라오는 봄과 여름이면 살짝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수풀이 우거지고 각종 꽃이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내겐 그뿐이었다. 원래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는 산책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평일엔 회사-집, 주말엔 집에서 늘어지거나 서점을 둘러보거나 힙한 카페 가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편을 택했던 내게 뒷산은, 그 푸르름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이 동네 산 지 6년, 그동안 뒷산에 한 다섯 번 갔으려나….

강아지 천둥이에게 뒷산은

천둥이가 우리 집에 오면서부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뒷산의 재발견! 뒷산은 도심이라는 사막 속 ‘오아시스’다. 매일 세 번씩 산책을 나가는 천둥인 1층을 나서자마자 대부분 뒷산으로 방향을 잡는다. “천둥아, 오늘은 다른 방향으로 가볼까” 하면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귀를 뒤로 젖히고 엉덩이가 천근만근이라도 되어버린 것처럼 털썩 주저앉아 버틴다(그는 자기가 무겁단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스팔트나 데크길을 걸을 때와 산의 흙길을 걸을 때의 천둥이는 아주 다르다. 아스팔트나 나무데크길에선 냄새도 잘 안 맡고 오래 머물지 않는다. 맨발로 딱딱하고 뜨거운 표면을 딛는 느낌이 별로인가 보다. 특히 여름날 아스팔트 길의 지열이 강아지 발에 화상을 입힐 정도라는 사실을 산책을 자주 나가는 견주라면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 큰 개는 화상까지는 안 입지만, 털옷을 입고 축 처진 채 숨 막히는 더위를 견디는 천둥이를 보면 어서 빨리 그늘 밑으로 피신하게 된다. 우거진 나무 그늘 속 시원한 흙을 밟으면 나도, 천둥이도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