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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지: 포에버>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 삼는 현실을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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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지: 포에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퍼지 데이

<더 퍼지: 포에버>는 ‘더 퍼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다. ‘더 퍼지’ 시리즈의 설정은 흥미롭다. 일 년에 단 하루,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살인을 포함한 모든 폭력과 범죄가 허용되는 ‘퍼지 데이(Purge Day, 숙청의 날)’가 존재하는 미국을 그리기 때문이다. 

‘퍼지 데이’를 만든 것은 시리즈 내에서 미국 정부를 장악한 ‘새로운 건국의 아버지들’이라는 집단이다. 이들이 퍼지 데이를 만든 명목상의 이유는 일 년에 하루 동안 인간의 폭력성을 발산할 기회를 줘서 전체 범죄 횟수를 줄이기 위함이다. 예컨대 죽이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일 년을 기다려 퍼지 데이에 합법적으로 살해하라고 유도한다. 대부분의 욕망은 일 년 정도라면 유보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퍼지 데이 제도가 시행된 후 미국의 연간 범죄율이 1%대로 확 줄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새로운 건국의 아버지들이 퍼지 데이를 만든 이유는 단지 그뿐만은 아니다. ‘더 퍼지’ 시리즈에서 이들은 네오 나치[1]처럼 묘사된다. 시리즈의 4편이자 시간상 가장 앞선 이야기를 다룬 <더 퍼스트 퍼지>(2018)에서 새로운 건국의 아버지들이 ‘퍼지 데이’를 만든 진짜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솎아내기 위함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퍼지 데이에 빈곤층, 장애인, 노인들이 살해당하면 이들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범죄자들이 서로를 죽이면 치안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었던 것이다. 실제로 영화는 퍼지 데이에 방범 시스템이 잘 갖춰진 부유층 지역에선 별일이 없지만, 도심과 빈민 지역에선 학살과 약탈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 정부 요원들이 특정인을 살해하는 양상도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