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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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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도와 사토 오오키,

시적인 감동으로 가득 찬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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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도는 세계 디자인계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은 이름이다. 특유의 시적인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세계 디자인 흐름을 맨 앞줄에서 이끌어 가는데, 그러다 보니 넨도를 사람 이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넨도는 일본의 산업 디자이너 사토 오오키가 차린 디자인 회사 이름이다. 그런데 넨도는 때론 브랜드명으로 쓰이고, 때론 디자인 회사를 지칭하고, 때론 디자이너 자체를 가리키는 사토의 아바타와 같은 역할을 해오며 그간 묘한 존재감으로 작동해왔다.

넨도(粘土)는 일본말로 점토라는 뜻이다. 어떤 형상이든 만들 수 있는 재료인 점토를 그 이름으로 삼았으니 디자인 관련해서 의미가 아주 크다. 아무튼 넨도는 이름 그대로 제품·가구·인테리어·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을 자랑한다. 

넨도의 디자인은 다른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처럼 휘황찬란한 스타일이나 기가 막힌 기능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지 않았다. 넨도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을 가볍게 깨고, 별 것 아닌 삶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래서 넨도의 디자인을 한 번쯤 느긋하게 바라보면 우리 삶의 본질을 되새길 수 있다. 

색다른 구조로 삶의 본질을 묻다

넨도에서 이탈리아의 가구 회사 알리아스를 위해 디자인한 ‘트위그 의자’ 시리즈는 아주 기본적인 의자 모양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등받이 부분이 조각조각 나뉘어 있다. 사용하기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지만 본래 하나인 구조를 여러 개로 나누어 놓은 아이디어가 별 것 아닌 듯하면서도 묘하게 인상적이다. 넨도의 디자인은 대체로 이렇게 보는 사람이 근본적인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물체의 온전한 모양이란 무엇인지, 과연 우리의 일상 속 제품은 항상 그런 모양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우리 삶을 얼마나 재미있게 만드는지도 절실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