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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밥을 만들고, 옮기고, 짓고, 먹는 모든 이의 존엄을 위해

우리는 일상적으로 밥을 먹지만 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반되고, 요리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밥을 둘러싼 농촌과 도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밥에 기초한 생존을 넘어 존엄을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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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라는 키워드로 생존과 존엄을 묻다

“밥은 먹었고?”나 “언제 밥 한 번 먹자!”처럼, 우리가 하는 인사 대부분엔 밥이 들어가 있다. 그만큼 밥은 서로의 안녕과 건강을 확인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다. 한편으로 밥은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 형사(송강호 분)가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박현규(박해일 분)에게 건넨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곧 “너도 사람이냐?”는 질문이다. 이렇듯 밥은 인간이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격을 상징하기도 한다. 

농촌사회학자 정은정의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밥이 갖는 이러한 두 가지 의미에 주목한다. 먹어야만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밥은 무엇보다 생존의 수단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존엄의 의미 역시 갖는다. 그렇기에 정은정은 밥이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의 생존과 존엄을 묻는다. 한 끼의 밥이 만들어지는 과정엔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있다.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은 유통업자의 트럭을 타고 도시로 와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손을 거쳐 따뜻한 밥이 된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이 속에 존엄은커녕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은정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된 밥 한 끼의 어려움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왜 사회학이 아닌 ‘농촌’사회학일까?

정은정은 언제나 스스로를 사회학자가 아닌 농촌사회학자, 혹은 농촌사회학 연구자로 소개한다. 사회학과 농촌사회학이 어떤 점에서 다르길래, 구태여 앞에 ‘농촌’을 붙이는 걸까? 

사회학은 ‘근대’를 상징하는 학문이다. 거대한 공장과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회사, 도시에서 살아가는 익명성을 지닌 개인 등 근대와 함께 등장한 현상들이 사회학의 주요 연구 대상이다. 근대가 도래한 후 농촌 역시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도시에 먹거리를 공급하게 되는 등 시대에 맞춰 변화했다. 농촌사회학이란 이러한 농촌의 변화를 사회학적 시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