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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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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가 돼버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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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지고 어둠이 찾아온 후 잠깐이라도 정전이 되면 큰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떤다. 현대 사회에서 빛은 공기만큼이나 당연한 존재다. 그러나 지구 역사를 통틀어 보면 그렇지 않다. 약 38억 년 전 최초로 생명체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빛이라곤 낮에는 햇빛, 밤에는 달과 별빛뿐이었다. 280만여 년 전 인간이 등장, 모닥불을 피워 야생동물로부터 무리를 지켜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외 지구 역사에서 어둠을 밝히는 다른 빛은 없었다. 

인간이 어둠을 정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200년여 전이다.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가 전구를 발명한 것이다. 최초의 전구는 빛이 지나치게 강하고 필라멘트가 쉽게 끊어져 오래 사용하기 어려웠는데, 에디슨이 이를 보완, 대중화시키며 현대 전기 문명의 서막이 열렸다. 전구를 사용해 밝히는 조명은 인간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인간은 더 이상 태양의 리듬에 맞춰 일상을 영위할 필요가 없어졌다. 과거와 달리 어둠이 찾아와도 여러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더없이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내려면 늦게까지 공장을 돌려야 했고, 공장을 돌리려면 조명이 필요했다.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서야 비로소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현대인에게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현대인은 일몰 후 평균 6시간이 지나서야 잠자리에 든다.

현대인, 특히 도시에 사는 이들은 완벽한 어둠을 경험할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낮보다도 환한 밤거리에 익숙하다. 상업지구의 휘황찬란한 간판들, 주택가와 도로의 가로등, 각종 센서등, 교회 십자가, 야구장 등 도시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 조명은 안전과 활동성, 즐거움을 상징했고, 나날이 어둠을 밝히는 빛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