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자신의 책 제2의 성에서 한 말입니다. 남자와 여자라는 성이 생물학적인 차이에 의해 나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가정생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은근히 여자가 하는 일과 남자가 하는 일이 구분돼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여기에 익숙해지다 보면 머릿속에 ‘여자 혹은 남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겨요.
이러한 ‘남녀 가르기’식 사고는 우리 언어 습관에도 나타납니다. “남자가 소심하게 왜 이래.” “여자가 단정치 못하게 뭐 하는 거야.” 같은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거예요. 남자와 여자라는 서로 다른 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과연 사실에 기반하는 걸까요? 성별 역할이 생물학적 요인이 아닌 사회적 인식에 따라 정해지는 건 아닐까요? 이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있어왔습니다. 성 역할 구분의 논리를 살펴보고 현대 사회에 걸맞은 ‘성 인지 감수성’은 무엇일지 알아보겠습니다.
요즘은 남녀의 성을 말할 때 ‘섹스(sex)’ 대신 ‘젠더(gender)’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신체 차이, 성 호르몬 같은 생물학적 요인보다 사회 문화적 요인이 한 사람의 성 정체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젠더’는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남자아이들은 육체적으로 강해야 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계집애’들이나 하는 거라는 가르침을 받으면서 소년으로 성장합니다. 반대로 여자아이들은 순종적이어야 하며 자기주장이 강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받아요. 실제로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내면화되어 한 사람의 인격을 형성합니다. ‘젠더’ 개념은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