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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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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조명,

생명체의 일주기리듬을 파괴하다

누구나 아침에는 눈이 떠지고, 밤에는 잠이 쏟아지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 우리 몸은 ‘생체 시계’라 부르는 자연적 리듬의 지배를 받는다. 생활 패턴뿐만 아니라 체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변화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루를 주기로 변동하는 리듬을 ‘일주기리듬’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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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어떻게 인간의 수면을 방해하나

1965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위르겐 아쇼프 교수는 실험을 통해, 시간을 알 수 있는 모든 단서를 차단해도 인간이 특정 리듬에 따라 생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빛도 시계도 없는 지하벙커에 피실험자들을 3~4주간 살게 하며 패턴을 관찰한 결과, 25.9시간 주기로 각성과 수면이 반복되더란 것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을 자연적인 밤낮의 질서에 노출시키자 그 주기가 24시간으로 맞춰졌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일주기리듬과 외부 세계가 동기화되는 신호 중 하나가 ‘빛’임을 알아차리고 연구에 돌입했다. 그 결과 인간의 코 안쪽, 두 시신경이 만나는 부근에 있는 ‘시교차 상핵’이라는 기관에서 동기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빛이 눈에 들어오면, 시교차 상핵에 연결된 신경절 세포에서 멜라놉신이라는 색소가 분비된다. 이 신호를 받은 시교차 상핵은 낮이 되었다고 인지하고, 대뇌와 소뇌 사이에 위치한 내분비기관 ‘솔방울샘’에 다시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솔방울샘은 잠을 준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의 분비량을 줄여 인체가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주위에 불면증을 겪는 사람이 많은데, 한밤 주택가의 각종 야간 불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해 불면을 유발할 수 있다. 안암병원 신경과 구용서 교수팀은 39~70세 8,50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거주지 밝기와 수면 습관 간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조명이 밝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잠자리에 늦게 들고, 수면 시간이 짧고, 코를 많이 고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의 인공조명과 수면 연관성에 관한 사례 보고는 무척 많다.    

하루의 리듬 중에서도 충분한 잠은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다. 질 좋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각종 만성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고, 암을 비롯해 당뇨,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이러한 인과성을 인정해 최근 빛공해를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빛공해로 동식물의 일주기리듬도 흐트러져